[책 리뷰] 1984, 조지오웰, 2015년 같은 1984년의 이야기
-출판사 : 청목-
eBook 단말기 샘을 구입해서 처음으로 읽은 책은 교보도서관에서 빌린 "1984"였다. 출판사는 "청목"으로 낯선 곳이었는데... 사실 책을 읽으면서 번역이 꽤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다. 시간될 때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eBook의 단점이 아직은 국내에서 활성화가 되지 않다보니 전자도서관에 배치된 책들 중에는 출판사가 정말 생소한 곳이 많다는 건데 이것은 책 번역 등의 질로 연결되는 문제인거 같다. 또한, 새로 발간된 책 중에서도 읽고 싶어 eBook을 구입해서 읽고 싶어도 eBook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꽤 많았다. 앞으로 개선될 거라 기대해본다.
|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 "1984"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이야기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생각보다 이 디스토피아는 우중충하지 않았고, 낯설지도 않았다. 그냥 2015년의 대한민국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당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이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세 국가에 의해 분할 통치되고 있다.
당원들은 텔레스크린에 의해 어디에서든 감시를 당하고 있다. 그들의 행동, 말은 언제나 당의 감시 대상이다.
당에서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세 가지 표어를 언제나 강조하고 있다.
윈스턴 스미스는 이러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반란을 꾀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당원을 통치하기 위한 당의 행위는 정말 천재적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신어의 목적이 사고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란 걸 알고 있나? 마침내 우리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걸세. 왜냐하면 그걸 표현할 어휘가 없어지니까. 필요한 개념은 단 한마디 말로 표현되며 그 낱말은 정확히 정의되어 다른 겉 뜻은 없어져 버리고 말지. (중략) 한해 한해 어휘는 줄어들고 그럴 수록 의식의 영역도 좁아지겠지. p.72 |
당에서는 고의적으로 "신어"를 만든다는 이유로 기존의 단어를 없애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의식 영역 축소가 목적이다. 체계적인 조직이 그렇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생각, 이 부분은 나에게 실제와 같은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당이 사람들의 지배하는 방식은 언어의 변형만은
과거의 지배는 무엇보다 기억의 훈련에 달려 있다. 모든 기록자료가 그 순간의 당의 교리와 일치한다고 확신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이 지금 수정해 놓은 허구 그대로 일어났다고 또한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기억을 이처럼 재조정하고 기록된 자료를 날조하면 그 다음에는 자기가 그렇게 변경했다는 사실마저 "망각"한다. 이렇게 하는 기술은 다른 정신훈련처럼 습득될 수 있는 것이다. 당원 대부분이, 그리고 정통적이며 지적인 사람도 모두 이를 습득한다. 고어로는 노골적으로 "현실제어"라 하고 신어로는 다른 의미도 있지만 "이중사고"라고 한다. p.279 |
당은 당원들에게 "역사"를 조작하게 만든다. 오늘의 적군이 어제의 적군이 아닐 경우는 과거의 모든 자료를 조작함으로써 오늘의 적군은 지금까지 그랬든 어제의 적군과 같게끔 만들게 한다. "역사의 조작"이란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철두철미하게 모든 "기록"을 조작함으로써 그들은 "이중사고"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쯤되면 당원들이 어떻게 뻔한 자신의 기억을 망각하고 당이 선전하는 것을 믿게 되나 의심이 생기지만 실제로 소설 속 당원들은 당에 열광하며 자신의 기억과 다른 역사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현재" 당의 이야기에만 충실하는 것이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 슬로건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
사실, 2015년의 대한민국 역시 이와 다를바 없다고 느껴진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란 말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량의 정보를 접하고 살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그 정보란 것은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다. 나의 생각이라 믿었던 대부분의 것은 언론에서 어떻게 말했느냐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소비에서 조차 "우리의 의지"로 무엇을 소비했다기 보단 광고, 블로그나 까페의 각종 후기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선택장애"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쓸 정도로 우리는 사고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1984에서의 노동자와 같다.
그러나 당의 이데올로기를 그들에게 주입시킬 필요는 없다. 노동자들이 강렬한 정치의식을 갖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시간을 연장시킨다든가 배급을 줄이는데 대해 그들이 호응하도록 필요할 때마다 들먹거릴 수 있는 원시적 애국심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예전에 이미 몇 번 그랬던 것처럼 불만이 있을 때도 전체적인 이념이 없으니 그 불만을 어떻게 달리 해보지 못하고 사소한 투정으로 쏟아버린다. 결국 커다란 죄악은 그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중략) 당의 슬로건이 표현하든 "노동자와 동물은 자유다." p.95 |
노동자들을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 멋대로 놔 두어라. 그러면 그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세기에서 세기에로 쉬지 않고 일하고 먹고 죽을 것이며, 반란을 일으킬 충동은 물론 세상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할 능력도 없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그들을 더욱 교육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들이 위험하다. 그러나 군사적, 경제적 경쟁국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교육은 실제로 저하하고 있다. 대중들이 어떠한 견해를 갖든 안 갖든 그것은 관심 둘 바가 아니다. 그들한테는 지성이 없기 때문에 지적 자유를 허용해도 괜찮다. p.274 |
당장 사고하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들은 1984에서 말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1984에서의 노동자들은 당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텔레스크린도 그들에겐 필요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절대 집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라도 집단으로 뭉칠 수 없는 개인은 힘이 없다. 그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식량, 안위가 전부다. 정치적 이념이라든가 정의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현재의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하고, 책을 읽고 신문을 보지만 진정한 지식인들이라고 할 수 없다. 어린 시절 교육의 목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가 전부이고,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좋은 직장"을 위한 취업준비가 전부이다. 이것들은 진정한 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민들의 교육열은 높지만 실제적인 교육의 질은 매우 낮아지고 있지 않나 생각 한다.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기 보다는 "시험"을 위한 지식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호"와 "메르스", 이 두 가지의 큰 사건 속에서 우리들은 이 노동자들과 똑같았다. 전체적인 이념이 없는 무지한 우리들은 세월호와 관련된 각종 풀리지 않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두고 "언제까지 우울한 이야기를 할 것이냐.",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침체되었다."라고 말을 하였고, 아직도 진행중인 메르스에 대해서는 "메르스 때문에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 "앞으로 제대로 막게 되겠지."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다. 물론 메르스로 인해 어영부영 넘어간 각종 중요 정치적 이슈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수준이 동물과 같은 "노동자" 수준이기 때문이지 않을까.(노동자와 동물은 자유이니!!)
이러한 어마어마한 1984의 당, 이 당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책의 후반에 그 설명이 나온다.
그는 오브리엔이 무얼 말하려는지 미리 알고 있었다. 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다. 대중 속의 인간이란 약하고 비겁한 동물이어서 자유를 감당할 힘도, 진리와 대결할 힘도 없다. 그들보다 강한 자가 이들을 통치하고 조직적으로 기만해야 이들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선택해야 할 것은 자유나 행복이냐 하는 양자택일인데 인류의 대다수에게는 행복이 더 좋은 것이다. 당은 약자의 영원한 수호자이며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하여 선을 구현하도록 악을 행당하는 헌신파들이다-라고 할 것이다. 두려운 것은, 윈스턴은 생각했다. 두려운 것은 오브리엔이 이렇게 말하면 그가 그대로 믿으리라는 것이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브리엔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세계의 진상이 무엇인지, 인류가 어느만큼 퇴화해서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거짓과 야만적인 행위로 당이 그들을 그 상태로 붙잡아두는지 오브리엔은 윈스턴보다 수천배 더 잘 알고 있다. p.343 |
당은 오직 권력 그 자체를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는 흥미 없고 오로지 권력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재산도, 사치도, 장수도, 행복도 아니야. 오직 권력, 순수한 권력에의 의지다. 그럼 순수한 권력이란 무엇인가, 자네는 이걸 이해하게. 우리가 무얼하고 있는가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과두정치와 다른데, 옛날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마저 비열하고 위선적이지.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공산당이 그 방법에서는 우리와 매우 비슷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인정할 용기가 없었어. 그들은 마지못해, 그리고 잠시 동안 권력을 장악했다. 머지않아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천국이 오리라고 그들은 가식, 아니 믿고 있었지. 우리는 그렇지 않네. 누구든 권력을 장악할 때는 그것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 법이야. 권력은 수단이 아니야. 목적 그 자체지. 혁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재를 하는 게 아니라 독재를 하기 위해 혁명을 하는 법이야. 박해의 목적은 박해야. 고문의 목적은 고민이고. 이처럼 권력의 목적은 권력이다. p.344 (참... 번역이....;;) |
세월호 때도, 메르스와 관련해서 어영부영 넘어간 많은 정치적 이슈도 이제는 더 이상 언론에서 활발히 떠들어 대지 않는다. 사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더 편해졌다. 아픈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날마다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다시 행복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 나의 이 행복이 이렇게 눈과 귀를 막은 나로 인해 내 아이들, 후손의 세대를 퇴보시키진 않을까. 우리는 생각을 해야한다. 조지오웰은 가상의 1984년을 이야기 했지만, 이것은 정말 그러하게 변해버린 대한민국의 2015년의 이야기이다. 무언가 정의롭고 참신한 지도자가 나타나 우리를 이끌어주길 바라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가 의식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이미 이런 삶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당장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 개개인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는 노래 부른다. 노동자도 노래 부른다. 그러나 당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세계 어디든지, 런던과 뉴욕에서, 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국경 저 너머 신비한 금역의 나라에서도, 파리와 베를린의 거리에서, 끝없는 러시아의 벌판에 있는 마을에서, 중국과 일본의 시장에서 - 어디든 똑같이 굳세고 굴복 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동과 출산으로 괴상한 꼴을 하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생하면서도,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저처럼 굳센 허리에서 언젠가 의식을 가진 종족이 태어날 것이다. 너는 죽은 사람이다. 미래는 그들의 것이다. 그들이 육체를 잃지 않듯, 네가 지금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그리고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는 은밀한 법칙을 전할 수 있다면 너도 미래의 그 때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p.289 |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머리가 복잡했다. 나 역시 자유로운 사고를 하기에는 훈련이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흔해빠진 대한민국의 30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에게 사고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무언가 내가 해야한다고 외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어려웠고 불편했다. 지금은 이렇게 리뷰를 남기지만, 그 이후에 내가 과연 바뀔 수 있을지는 사실 자신이 없다. 또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수동적인 30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러한 삶이 부끄러운 삶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지성만은 내가 갖고 있길 바란다.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번역된 책을 보고 싶다는 바람도 살짝 남겨본다.
'읽고보고느끼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살 남아] 9살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책 추천, 마법천자문에 대한 고찰 (0) | 2023.02.13 |
---|---|
[서부전선] 1950년에도 절대 을은 있었다. 슈퍼갑과 을의 이야기 (0) | 2015.10.07 |
[킹스맨] 속 시원한 액션 영화가 그리웠다면, 절대 강추(스포일러 없음) (2) | 2015.03.08 |
[가족영화 추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1만원이 아깝지 않음! (0) | 2015.01.31 |
[영화] 타임 패러독스, 닭과 달걀 중 먼저인 것은?(스포일러 주의) (0) | 2015.01.18 |